우리는 모두 소수자


절대적인 다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어딘가에서는 소수입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분리된 섬이 아니라 연결된 군도가 됩니다. 다이빈은 서로 다른 소수들이 공명하고 연대하는 공간을 꿈꿉니다.


다수라는 환상

우리는 흔히 세상을 '다수'와 '소수'로 나눕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수의 편에 서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것이 안전하고, 정상적이며,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위치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잠시 멈추어 생각해 봅니다. 당신은 정말 다수입니까?

직장에서 유일하게 다른 의견을 가졌던 순간, 가족 중 혼자만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이해하지 못하는 유행이 있을 때—우리는 모두 '소수'의 자리에 서 본 경험이 있습니다. 어쩌면 매일, 어떤 맥락에서는 반드시.

다수란 실체가 아니라 상황입니다.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 일시적으로 부여되는 위치입니다. 절대적인 다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수많은 소수들의 복잡한 교차뿐입니다.



정체성의 교차로

한 사람 안에는 여러 개의 정체성이 공존합니다.

성별, 나이, 지역, 직업, 학력, 종교, 정치적 성향, 취향, 건강 상태, 가족 구성, 경제적 조건—이 모든 축에서 우리는 각기 다른 위치를 점합니다. 어떤 축에서는 다수에 속할 수 있지만, 다른 축에서는 명백한 소수가 됩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은 수도권 기준으로는 다수일 수 있으나, 자영업자라면 직장인 중심 사회에서는 소수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다수일 수 있으나, 마흔이 넘은 미혼이라면 또 다른 소수의 자리에 놓입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은 이 땅에서 다수이지만, 영어가 지배하는 글로벌 무대에서는 소수 언어 사용자가 됩니다.

이처럼 정체성은 단일하지 않고, 다수와 소수의 경계는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합니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소수입니다.



소수의 경험이 가르쳐 주는 것

소수의 자리에 서 본 사람은 압니다.

설명해도 이해받지 못하는 답답함을.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 속에서 나만 배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존재 자체가 질문의 대상이 되는 피로감을. 그리고 나와 비슷한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안도감을.

이 경험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귀중한 감수성을 길러줍니다. 타인의 다름을 인식하는 눈, 보이지 않는 배제를 감지하는 촉각, 쉽게 판단하지 않는 신중함. 소수의 경험은 우리를 더 섬세한 사람으로 만듭니다.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소수였던 경험을 깊이 인식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소수성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는 기억이 "당신의 상황을 이해한다"는 연대의 기반이 됩니다. 소수의 경험은 분리가 아닌 연결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연대의 새로운 문법

"우리는 모두 소수"라는 인식은 연대의 문법을 바꿉니다.

기존의 연대는 종종 '다수가 소수를 돕는다'는 구도를 전제했습니다. 시혜와 수혜,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구분이 있었습니다. 이 구도에서 소수자는 영원한 수혜자의 위치에 고정되고, 다수자는 관대한 후원자의 역할을 맡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서는 소수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이 구도는 해체됩니다. 연대는 더 이상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수평으로 연결되는 것이 됩니다. "내가 소수인 영역에서 당신의 지지가 필요하고, 당신이 소수인 영역에서 나의 지지가 필요하다"—이것이 새로운 연대의 문법입니다.

이 문법 안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체면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됩니다. 누구도 영원한 강자가 아니고, 누구도 영원한 약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다이빈이 그리는 연결

다이빈은 한국 남성 성소수자 커뮤니티로 출발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뿌리이자 중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하나의 범주에 갇힌 공간이 아닙니다. 우리는 '소수의 경험'이 가진 보편성을 믿습니다. 성적 지향에서의 소수성을 깊이 이해한 사람은, 다른 영역에서 소수인 이들의 경험에도 공명할 수 있습니다. 그 공명이 더 넓은 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이빈의 구성원들은 성소수자이기 이전에, 그리고 그 이후에도, 수많은 정체성의 교차점 위에 서 있는 복합적인 존재들입니다. 누군가는 지방 출신으로서, 누군가는 프리랜서로서, 누군가는 이민자 가정의 자녀로서, 또 다른 소수의 경험을 안고 있습니다. 이 다층적인 경험들이 만나고 교차하는 곳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소수들의 연합

세상은 '다수 대 소수'의 대결 구도가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세상은 '수많은 소수들의 모자이크'입니다.

누구나 어딘가에서는 소수입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분리된 섬들이 아니라 연결된 군도가 됩니다. 나의 소수성과 당신의 소수성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공명합니다. 서로 다른 소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지지할 때, 그것은 어떤 단일한 다수보다 강한 힘이 됩니다.

다이빈은 이 소수들의 연합을 꿈꿉니다. 우리 커뮤니티가 하나의 정체성에 기반한 안전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더 넓은 연대를 향해 열린 창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소수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다이빈(Di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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